I 황이삭 채비 CSO 전무 인터뷰
I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원스톱 솔루션
I 카페·세차 등 복합시설 '채비스테이' 마련
I '압도적' 유지보수 역량... 고장률 0.38%
I 3년 연속 점유율 1위… 연내 코스피 상장
I "인프라 고도화 우선... '친숙한 회사' 목표”
'인프라(Infra)'는 건축부터 소비재까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사용되는 단어다. 이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줄임말로, 어떤 대상의 고유 기능이 지속되도록 돕는 기반을 뜻한다.
인프라 유무는 삶 속에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중요 잣대로 활용된다. 카페를 고를 때 콘센트 위치와 개수, 주차 공간 등을 따지고, 이사할 때 그 주변의 교통, 의료·편의시설 등을 고려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인프라 유무는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 시장에서 더 중요하다. 수년 전부터 국내와 전 세계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가 배터리를 동력으로 삼는 만큼, 충전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인프라 구축 정책도 함께 마련 중이다. 미국은 교외 지역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주요 도로 60km(킬로미터)마다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에 대비해 충전기를 123만기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차 충전사업자(CPO) 중 ‘채비’는 인프라 구축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이다. 전기차 충전기 개발부터 제조, 설치, 운영, 유지보수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One-Stop)'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급속 충전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급속 충전기 업계 평균 가동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는 반면, 채비가 운영 중인 '채비스테이'의 충전기 가동률은 30~40%에 이른다. 국내 급속 CPO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I 최적 입지·낮은 고장률... 자체 기술 통한 '안심 충전' 제공
채비는 현재 전기차 충전 시설로 '채비스테이'와 '메가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채비스테이는 채비가 직접 부지 선정부터 참여해 마련한 충전 공간이며, 메가스테이션은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기관 등 실내외에 설치된 충전 시설이다.
그중 채비스테이는 ▲서초본점 ▲홍대점 ▲둔촌점 ▲마포성산점 ▲성수점 ▲신월점 ▲안양평촌점 등 7개 지점을 두고 있다. 오픈 예정인 신사점까지 더하면 수도권에서만 여덟 곳을 운영하는 셈이다. 모든 지점엔 급속 충전기가 설치됐고, 지점별 충전기 수는 최소 4기부터 최대 7기까지다.
채비스테이는 단순 충전 공간이 아닌, '복합편의공간'이다. 각 지점 특성에 맞춰 서초점과 홍대점, 둔촌점은 카페와 문화 공간을, 성수점과 마포성산점, 신월점은 식당을, 안양평촌점에서는 세차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황이삭 채비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는 "채비스테이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통해 높은 고객 만족도와 가동률을 기록 중"이라며 "일반 충전소 대비 평균 6~7배 높은 가동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비록 7개소 내외로 운영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십, 수백개까지도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충전 시간을 생산적이고 즐거운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나가려 한다"고 부연했다.
채비는 채비스테이 설치를 위해 자체적인 부지평가시스템을 마련했다. 지역 내 전기차 판매량은 물론, 교통량, 주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현황 등을 고려해 전산 시스템으로 예상 가동률을 산출한다. 일정 기준 이상 값이 나오면 사업에 착수하는 식이다.
황 전무는 "충전기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는 사후적인 요소고, 설치 전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에 성공 확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우선 개발했다"고 말했다.
낮은 고장률도 돋보인다. 환경부에 고시된 채비의 충전기 고장률은 0.38% 수준이다.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기 고장률이 평균 20%대인 것을 고려한다면 압도적으로 우수한 수치다.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과 광범위한 유지보수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채비는 모든 자사 제품에 PLC(전력선 통신) 기능을 탑재해 충전 중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선구축해 뒀다.
자체 관제센터에서 문제 감지 즉시 원격으로 시스템 재부팅 등 조치를 취한다.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또 전국 11개 지역에 A/S(애프터서비스) 지사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장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회사에 따르면 기기 고장 조치 완료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일 이내다.
채비는 국내에서 쌓은 유지보수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에서까지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전무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고장 예방 진단, 원격 유지보수 등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각 국가별 특성, 규제 등에 최적화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I 민간 1위에 글로벌 대기업·공공기관 '러브콜'... B2C·B2B 전반 '우수'
채비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부터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까지, 전반에 걸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민간 급속충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면수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채비가 보유한 급속충전 면수는 5552면이다. 채비가 60% 이상을 수주한 환경부 운영 충전기 4700여면을 포함한다면 관리 중인 급속충전 인프라는 1만면을 넘는다.
고객 편의 서비스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채비는 고객이 주변 충전소를 찾아 미리 예약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했다. 충전 완료 고객은 앱에 등록한 간편결제 수단을 통해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보다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구독형 멤버십 'V 멤버스'도 운영 중이다. 멤버십 가입 시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에 각각 15%, 6%를 무제한 할인 제공한다. 채비스테이에서 충전에 활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지급하기도 한다.
업계 최초로 미출차 수수료 제도를 도입해 고객 편의와 회전율도 높였다. 만약 충전을 완료한 고객이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을 경우 일정 수수료를 부과해 신속한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황이삭 전무는 "채비 급속 충전기를 V 멤버스로 이용할 경우 용량 제한 없이 15% 할인이 적용돼 약 350km 주행분 충전에 약 2만 3000원이 든다"며 "경쟁사, 환경부 충전기보다도 저렴한 셈"이라고 전했다.
B2B 부문에서는 다수의 대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뒀다.
폭스바겐, 렉서스, 포르쉐, 제네시스 등과는 관련 충전소와 충전기 구축 사업에 협력키로 했다. 특히 포르쉐와는 전용 전기차 충전기 관리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포르쉐 센터, 딜러십 등에 초급속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 독점 권한을 확보했다.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는 경기반월시화 스마트그린산업단지 내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수주받았다.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과는 타이어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한 충전 인프라 확장 사업에 협업키로 했다.
환경부 수주는 물론 관공서 부설주차장, 지역 공용주차장 등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관리, 운영하는 식의 협약도 지속적으로 체결해 왔다. 그밖에 대형 상업시설, 아파트 단지, 물류센터 등에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황 전무는 "채비는 다양한 B2B 고객 요구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 중"이라며 "예를 들어 물류 센터에는 상용차 충전에 적합한 고출력 충전기를, 쇼핑몰에는 고객 편의를 위한 급속이나 완속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상용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1.2MW(메가와트, 1000kW는 1MW) MCS(메가와트충전시스템) 관련 200억원대 국책 과제를 주관하면서 차세대 초고속 충전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2C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 기술력을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도 주요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I IPO 통해 인프라 확대... '친숙한 회사' 목표
채비는 연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주관사 선정 시만 해도 코스피뿐만 아니라 코스닥까지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KB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며 코스피 입성을 확정했다. 상장 완주 시 전기차 충전 업체 중 첫 번째 상장 기업이 된다.
시장에서는 채비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언급되는 예상 시가총액 규모는 조 단위다. 지금까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 등의 투자도 안정적으로 유치해 왔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으로 급속 충전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신규 사업 진출,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 등에도 고루 활용할 예정이다.
황이삭 전무는 "상장 후 조달되는 자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급속 충전인프라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CPO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 사용자들이 더 좋은 부지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수를 더욱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성을 늘려 브랜드 자체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더 '친숙한 회사'가 되고 싶다는 의견이다.
황 전무는 "고객에게 친숙한 회사가 돼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격부터 편의까지, 고객 친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앱 기능도 강화하고 충전기 화면, 서비스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분의 사용성도 높이는 전략을 생각 중"이라며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만이 아닌, (채비가) 구축한 충전 공간이 주는 편의성을 높여 브랜드 자체를 강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기사 원문: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