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에 주가 하락…중장기 청사진 실현 집중

▲채비스테이 서초 전경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인프라 운영사업자(CPO) 채비가 상장 이후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 지배력과 성장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최근 주가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앞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시장 평가가 나뉘었던 만큼 상장 이후에도 엄격한 투자 잣대가 적용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성장 기업이 겪는 통증으로 평가한다. 전기차 충전 사업이 장기 레이스 성격을 지니는 데다 차량 보급 확대 등 채비의 사업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서다. 상장 당시 제시한 청사진이 단계적으로 실현될 경우, 가치 재평가와 함께 선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확인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공모가 밑도는 주가…외부 요인 크다
채비는 올해 4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전기차 급속 CPO 1호 IPO로 주목받았으나 증시 입성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먼저 상장예비심사(예심)를 통과하는 데만 꼬박 7개월(2025년 7월 21일~2026년 2월 27일)이 소요됐다. 사업성과 실적 등을 두고 한국거래소의 강도 높은 검증절차가 이뤄졌다.
공모 과정에서도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기준이 적용됐다. 기관 수요예측이 경쟁률 55대 1에 그치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2300~1만5300원) 하단으로 확정했다. 채비는 공모 규모를 100만주 가량 줄이면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했다. 그 결과 일반 청약에서는 경쟁률 302대 1을 기록할 수 있었다.
대망의 증시 데뷔일. 채비는 공모가(1만2300원) 대비 83.3% 상승한 2만2250원으로 첫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전기차 충전기 제조·충전소 운영 역량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와 공공·민간 충전 인프라 확대, 전기차 보급 증가에 따른 충전 수요 증가 등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일각에선 기대치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주가 흐름을 채비만의 문제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도체와 로봇, 인공지능(AI) 등 투자자금이 일부 업종으로 쏠린 까닭이다. 대형주가 많은 코스피와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 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신규 상장사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실제로 올초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95.17%(26일 기준)다. 반면 채비가 속한 코스닥은 10% 하락했다. 신규 상장사 15개 중 공모가를 사수 중인 업체는 코스모로보틱스(재활로봇)와 마키나락스(AI), 리센스메디컬(의료) 3개에 그친다. 거래 첫날 주가가 300% 상승했던 에스팀은 상승분을 모두 반납, 공모가 대비 57.82% 하락한 상태다.
업종 특성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은 꾸준한 성과로 가치를 입증하는 산업이다. 임상 현황, 신규 수주 등이 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채비 역시 공모 과정에서 단기 성과 대신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종목과 밸류체인으로 투자자가 몰리면서 지수, 업종 소외 현상도 심화한 상태”라며 “아직 국내 주식시장에서 검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한 신규 상장사들은 변동성에 크게 노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 기업가치 반등 열쇠는 지속가능성…상장 청사진 실현 집중
다행인 점은 채비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걸림돌로 꼽혔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인 이브이시스는 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높아 확장성이 떨어진다. 충전기 수 역시 1267개로 채비(4613개) 대비 열위에 있다.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IPO 기한(2027년 2월)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급속충전 분야 2위 사업자인 SK시그넷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모회사 SK㈜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 700억원을 확보했다. 2021년 인수 이후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다. 그러나 좀처럼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한때 3만원을 넘겼던 주가(코넥스 상장)는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민간 CPO 운영 규모. (자료=채비 IR BOOK)
채비는 국내 최다 급속 충전 면수를 앞세워 민간·공공충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충전 시설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플러그 앤 차지(PnC)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완성차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카타르 등 해외 진출도 순항하고 있다.
사업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전기자동차 누적 보급 대수는 105만3623대다. 작년 말(89만9101대) 15만대 이상 늘었다.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고유가 등 이유로 전기차 수요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채비의 연간 예상치(113만9541대) 달성은 유력하다.
정책 수혜 기대감도 유효하다. 올해 1월부로 완속 충전기 의무설치 이행강제 유예기간이 종료됐다. 급속 충전기와 달리 보조금도 삭감(2130억원→1100억원)되면서 신규 설치 수요도 줄고 있다. CPO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급속 분야 1위 사업자 지위를 가진 채비로서는 수익 창출 기회를 확대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충전소 가동률 흐름에서도 성장 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대였던 채비의 충전소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 5.5%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PO에서 제시했던 올해 전망치(4.9%)를 넘어 내년(5.6%) 예상치까지 달성할 수 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흑자전환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채비 사업 요약. (자료=채비 IR BOOK)
이를 증명하듯 채비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핵심 성과지표인 EBITDA율은 17% 포인트(p) 개선된 마이너스(-) 2%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르면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충전소 등 미래 수익원도 확보하고 있다.
채비 관계자는 “상장 당시 제시했던 중장기 성장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익 실현과 해외시장 진출을 비롯한 사업성과를 꾸준히 내 시장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 : https://www.the-stock.kr/news/articleView.html?idxno=32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