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급속 CPO 1위 등극 원동력…해외 진출 기반된다

▲채비 3세대 급속 충전기 슈퍼소닉(SuperSonic)
채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생존’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촉발된 시장 질서 재편에서도 살아남았다. 기업공개(IPO) 레이스까지 완주하며 급속 충전 인프라 운영사업자(CPO) 1호 상장사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생존 배경에는 공공 부문에서 축적한 레퍼런스(사업경험)가 있다. 수주 과정에서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검증받았고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됐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채비의 공공 수주를 단순 매출처 확보가 아닌 미래를 책임질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 공공사업 잇단 수주…경쟁력 검증·매출 기반 동시 확보
채비는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주관하는 '2026년 전기자동차 공공 급속 충전기 제작·구매 사업'을 수주했다. 회사는 부산과 대구, 울산 등을 아우르는 4권역을 맡아 100킬로와트(kW)급 단독 충전기 136대와 200kW급 동시 충전기 113대를 전국 주요 이동 경로에 설치할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164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2026년 서울시 공공 전기차 충전시설 물품 제조·구매 사업'도 동시에 따냈다. 채비는 올해 12월까지 서울시 공공시설에 100·200kW급 듀얼 급속 충전기 12대와 캐노피 8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기차 이용 밀도와 충전 수요가 높은 지역인 만큼 향후 수도권 사업 확대에 도움될 것으로 관측된다.

▲채비 공공급속충전기 설치 조감도
채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4500대가 넘는 충전기를 납품한 것을 비롯해 공공 영역에서 꾸준하게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공공사업 수주 성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민간 분야와 비교해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떨어지고 사업 기회도 한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공공 부문 수주 의미는 남다르다. 먼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는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력 인입과 안전 기준 충족은 물론 이용자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입찰에서는 부품 국산화 여부, 고장률 등이 평가 항목에 반영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차 급속충전시선 운영현황 게시내역. (자료=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아울러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중심 프로젝트는 사업 발주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중단과 입찰업체의 갑작스러운 파산 등을 비롯한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업무 능력을 갖춘 사업자를 택한다. 공공 분야에서 수주를 이어간다는 점은 기술·운영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것을 뜻한다.
공공사업 수주 효과는 채비 성장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2023년 LG전자와 한화 등 대기업이 CPO 시장에 진출했다. 대규모 자본으로 충전기를 늘리면서 업계 내 경쟁이 심화했다. 채비는 공공 레퍼런스로 알짜 부지를 선점, 우위를 점했다. 경쟁사들이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이 채비는 지배력을 확대하며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 판매량 회복세가 나타나는 점도 공공사업 수주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공공 충전 부지는 접근성이 높고 임차료 부담은 낮다. 채비는 전체 충전소 운영부지 70% 이상이 공공입지인 데다 대부분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즉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충전소 가동률 개선 효과가 경쟁사 대비 클 수 있다.
CPO 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 수주는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용 기반과 반복 매출을 만들 수 있다”며 “전기버스 충전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 특수 입지와 민간 충전 인프라 진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 규제 대응 노하우 축적…해외 진출 문턱 낮춘다
채비가 공공 충전 인프라 사업으로 쌓은 경쟁력과 노하우는 해외 공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전기차 충전 시장은 개별 국가마다 인증과 안전 기준, 전력망 구조 등이 다르다.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행정 절차 대응을 비롯한 복합적인 충전소 운영 경험이 필요하다.
해외 공공·민간 사업자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충전소 구축, 운영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비의 공공 레퍼런스는 해외 진출 진입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규 수익 창출에 더해 내수 중심 사업구조를 벗어나는 확장성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채비는 최근 국내 CPO 최초로 카타르 전력청 공공 부문 실증 사업(PoC)에 참여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카타르 전력청은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개수를 1000개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는 이달 실증 장비 운용을 앞두고 있다. 본 사업 수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채비·EVmode,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공장 전경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시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 이브이모드(EVmode LLC)와 손잡고 캘리포니아에 신규 제조 시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인프라 기업 에미리트 일렉트리컬 엔지니어링과 함께 두바이 공략도 모색한다.
특히 카타르와 UAE는 아라비아반도 6개국이 결성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이다. 두 국가에서 쌓은 레퍼런스는 향후 GCC 전역 입찰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유리한 요건을 갖춘 것이다. 국내에서 쌓은 공공 충전 인프라 기반 성장 전략이 해외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채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CPO, 에너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사업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 https://www.the-stock.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4